계주가 ‘위험하다’는 학부모의 민원 한 건에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사라졌다. 계주에 출전할 학생 선발까지 마친 뒤였는데, 안전 우려를 제기한 민원이 들어오자 학교가 경기 취소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진 영상 속 아이는 “어떤 학부모가 계주가 위험하다고 해서 취소됐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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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민원 한 건에 사라진 계주
논란은 2일 온라인에서 시작됐다. 한 학부모가 자녀와 나눈 대화를 담은 영상이 SNS에 올라오면서다. 영상 속 아이는 아버지에게 “오늘 어떤 학부모가 계주가 위험하다고 해서 취소됐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계주할 사람도 다 뽑지 않았느냐”고 묻자 아이는 “맞다”고 답했다.
반을 대표해 선수로 나설 학생들까지 모두 정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경기가 취소된 셈이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계주는 피날레를 장식하는 종목이다. 청팀과 백팀으로 나눠 바통을 이어받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넘어지는 일이 종종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종목 자체가 사라진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기대했던 아이들 실망했겠다”, “각박한 세상”, “학교는 왜 보내냐”는 댓글이 달렸다. 특히 “민원이라고 다 받아주는 게 문제”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다만 해당 학교가 어디인지, 실제 민원 내용이 무엇이고 학교가 어떤 과정으로 취소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전해졌다.
운동회 민원 7년 만에 5배, 위축되는 학교 체육
계주 취소 논란은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학교 운동회를 둘러싼 민원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운동회 소음 등을 이유로 접수된 112 신고는 2018년 70건에서 지난해 350건으로 7년 만에 5배 증가했다. 신고 350건 중 345건은 경찰이 실제로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의 체육활동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표도 있다. 올해 5월 서울교육청과 부산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교의 12.4%, 부산 초등학교의 34.7%가 운동장에서의 신체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음 민원 등이 이유다. 이어달리기뿐 아니라 운동회 종목 전반이 민원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최근 비슷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교사의 실명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학교를 찾아와 고성을 지른 학부모가 경찰에 고발됐다. 같은 달 13일에는 전주에서 학부모들의 민원 때문에 1년 새 담임이 6차례 바뀌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학교를 향한 민원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대응: 악성 민원엔 학교장 조치 권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악성 민원인에 대한 학교장의 조치 절차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10월 29일부터 시행 중이다. 학교장은 교육활동 침해나 업무방해 우려가 있는 민원인에게 행위의 중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민원인이 중지 요청에 따르지 않으면 학교장은 전화나 면담을 종료하고, 퇴거를 요구하거나 일시적으로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수사기관 신고도 가능하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사전 고지나 중지 요청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퇴거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다만 이번 계주 취소 사안이 해당 시행령의 적용 대상인지는 불분명하다. 실제 민원 내용과 학교의 결정 과정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이번 사례를 악성 민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학부모의 안전 우려 제기가 정당했는지, 학교의 취소 결정이 적절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계주 한 종목을 둘러싼 이번 논란이 학부모와 학교, 그리고 아이들 사이의 소통 방식을 다시 묻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기대하던 계주가 다시 운동회로 돌아올 수 있을지, 이번 일을 계기로 민원 대응 체계가 현장에 안착할지 주목된다.
제도 자체도 바뀌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학교의 민원대응팀과 관할청의 학교민원대응지원팀이 법제화됐다. 학교민원의 접수와 처리를 학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을 중심으로 한 전담팀이 담당하는 구조다.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를 개별 교사가 아니라 기관 차원에서 응대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2027년부터 매년 보호자 지원 시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전국학부모지원센터가 관련 조사와 연구, 전문 인력 연수 과정 개발을 맡는다. 학부모의 역량을 키우고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원 한 건으로 운동회 종목이 흔들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공식 소통 창구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동회 소음 민원, 학생 손편지까지 붙었다
운동회를 둘러싼 갈등은 종목 취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담벼락에는 학생들이 ‘운동회 소음을 양해해 달라’며 직접 쓴 손편지가 붙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운동회 시즌만 되면 이웃 주민과의 마찰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종목 취소, 소음 양해문, 신체활동 제한까지. 학교 운동회를 둘러싼 민원이 이렇게 여러 갈래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논란의 배경이다. 안전 우려와 민원 피로 사이에서 학교가 어디까지 종목을 지켜야 하는지, 학부모와 학교 사이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초등학교 운동회 계주가 왜 취소됐나요
2일 SNS에 확산한 영상에 따르면 한 학부모가 이어달리기가 위험하다는 민원을 제기해 학교가 경기 취소를 결정했다는 내용입니다. 계주 선수 선발까지 마친 뒤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해당 학교의 위치와 실제 민원 내용, 취소 결정 과정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운동회 종목 취소 논란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요
핵심은 과도한 민원이 학교의 체육활동까지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운동회 소음 관련 112 신고가 2018년 70건에서 지난해 350건으로 5배 늘었고, 서울 초등학교의 12.4%, 부산 초등학교의 34.7%가 운동장 신체활동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학교장이 악성 민원인에게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요
10월 29일부터 시행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학교장은 교육활동 침해 우려가 있는 민원인에게 행위 중지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따르지 않으면 전화·면담 종료, 퇴거 또는 일시적 출입 제한, 수사기관 신고가 가능하고 긴급 시에는 즉시 조치도 할 수 있습니다.
계주 취소 사안도 악성 민원에 해당하나요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민원 내용과 학교의 취소 결정 과정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부모의 안전 우려 제기가 정당했는지, 학교의 결정이 적절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