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몽 11월 11일 개봉, 버려진 자들의 100년을 담은 다큐

호루몽이 11월 11일 전국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재일 코리안 3세 인권운동가 신숙옥의 삶과 7년에 걸친 법정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모어’와 ‘카운터스’를 연출한 이일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엣나인필름이 배급을 맡았다.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과거 토론회 영상이 SNS에서 조회수 1천만 회를 넘기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재일 코리안 3세 신숙옥의 7년 법정 투쟁

호루몽의 중심에는 2017년 일본 방송이 쏘아 올린 가짜 뉴스 한 발이 있다. 당시 일본 DHC 텔레비전의 시사 프로그램은 재일 코리안 3세 신숙옥이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시위의 배후에 있다는 허위 사실을 방송했다. 순식간에 그는 나라의 적이 됐다. 신숙옥은 얌전히 당하는 대신 반격을 택했다. 법정으로 향한 것이다.

7년에 걸친 법정 싸움 끝에 신숙옥은 DHC 측으로부터 550만 엔, 우리 돈 약 4652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명예훼손 배상금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액수다. 사죄문 게시 명령도 함께 받아냈다. 문제를 일으킨 방송은 결국 폐지됐다. 호루몽은 이 통쾌한 승리의 기록을 따라간다. 씨네플레이 기자 시사회에서는 “가장 우아하고 통쾌한 승리의 기록”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신숙옥은 2000년대를 전후해 NHK 등 일본 주요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1999년 아사히TV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폄훼하는 패널들의 주장을 가뿐히 반박해 화제가 됐다. 모델 출신 기업인인 그는 일본 우익 세력의 집요한 공격과 살해 협박 속에서도 수십 년간 차별에 맞서 싸워온 재일동포 3세 인권운동가다.

버려진 것에서 시작된 이름의 의미

영화의 제목 호루몽은 일본어 ‘호루'(버리다)와 ‘모노'(물건)에서 유래한 말이다. 과거 도축 후 버려지던 부위를 구워 먹던 음식의 이름이기도 하다. 버려진 것에서 시작된 이름에는 버려진 존재로 내몰린 재일동포의 현실이 겹쳐 있다. 이일하 감독은 호루몽을 통해 재일 코리안의 역사를 과거의 비극으로만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다음 세대에 전할 현재의 이야기로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호루몽이라는 이름에는 그래서 두 겹의 의미가 담겼다. 버려진 것에서 시작된 사람들의 생존, 그리고 차별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이어온 세 여성의 역사다. 버려진 것에서 시작된 이름을 통해 한 가족의 100년을 돌아보고, 차별과 혐오에 맞선 한 사람의 통쾌한 반격을 그린 영화가 바로 호루몽이다.

3대 여성의 100년, 음악과 춤으로 풀어내다

호루몽은 신숙옥 한 사람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외할머니 이백란과 어머니 케이코까지,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을 따라간다. 외할머니 이백란은 제지공장으로 팔려 왔고, 어머니 케이코는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돌며 살았다. 그렇게 이어진 가족의 기억이 신숙옥에게 닿는다. 영화는 재판 과정의 기록과 가족의 기억을 교차시키며 자이니치 100년사를 함께 전한다.

연출 방식도 특별하다. 음악 그룹 카코포니의 음악과 현대무용 퍼포먼스를 결합해 인물의 감정과 경험을 영화적 경험으로 확장했다. 제작진은 이를 ‘스타일리시 논픽션 무비’라고 부른다. 한 사람의 목소리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재일 코리안의 역사로 뻗어 나가는 구조다. 다큐멘터리의 기록성과 음악·움직임의 감각이 만난 셈이다.

‘카운터스’ 이일하 감독의 세 번째 이야기

호루몽을 연출한 이일하 감독은 ‘모어’와 ‘카운터스’로 이름을 알렸다. 카운터스는 일본 최초의 혐오표현금지법을 이끌어낸 전직 야쿠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일하 감독이 카운터스를 촬영하던 시절, 신숙옥과 처음 만났다. 당시 신숙옥은 반차별 운동의 든든한 선배로 잠시 얼굴을 비췄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작에서 일본 내 헤이트스피치를 조명했던 감독이 이번에는 그 혐오의 표적이 된 인권운동가를 카메라에 담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제작은 익스포스필름이, 배급은 엣나인필름이 맡았다. 카운터스가 제도의 변화를 이끈 한 사람을 비췄다면, 호루몽은 제도가 닿지 않는 곳에서 7년을 싸운 한 사람의 얼굴을 비춘다. 두 작품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이어진다.

영화제 수상 행진과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

호루몽은 개봉 전부터 영화제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 부문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제22회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페스티벌 초이스 경쟁 부문 대상인 다큐멘터리고양상과 함께 시청자·관객상을 거머쥐었다. 작품성을 검증받은 셈이다.

주인공 신숙옥은 11월 1일 한국에 입국해 개봉을 직접 챙기고 있다. 방송과 주요 매체 인터뷰를 비롯해 언론·배급 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다. 정준희 교수, 변영주 감독, 김초희 감독, 윤단비 감독, 배우 박정민 등과의 특별한 만남도 예정돼 있다. 11월 5일 오후 7시에는 인디스페이스에서 신숙옥과 김초희·윤단비 감독이 참석하는 프리미어 인디토크가 열린다.

온라인에서는 1999년 아사히TV 토론 프로그램 영상이 다시 화제다. 당시 방송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폄훼하는 패널들의 주장을 신숙옥이 가뿐히 반박하는 장면이다. 배급사가 재조명한 이 영상의 조회수는 총 1천만 회를 넘겼다. 11월 19일까지는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된다. 신숙옥이 직접 참석하는 50명 한정 프라이빗 상영회가 리워드로 마련됐다.

자주 묻는 질문

호루몽은 어떤 영화인가요?

재일 코리안 3세 인권운동가 신숙옥의 삶과 7년에 걸친 법정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이일하 감독이 연출했고, 재판 기록과 3대 여성의 가족사를 음악과 현대무용으로 엮은 스타일리시 논픽션 무비입니다.

호루몽 개봉일은 언제인가요?

2026년 11월 1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합니다. 개봉 전인 11월 5일 오후 7시에는 인디스페이스에서 신숙옥과 김초희 감독, 윤단비 감독이 참석하는 프리미어 인디토크가 열립니다.

호루몽이라는 제목의 뜻은 무엇인가요?

일본어 호루(버리다)와 모노(물건)에서 유래한 말로, 과거 도축 후 버려지던 부위를 구워 먹던 음식의 이름입니다. 일본 사회에서 버려진 존재로 내몰린 재일동포의 현실을 비유한 제목입니다.

영화 속 신숙옥은 누구인가요?

재일 코리안 3세 인권운동가입니다. 2017년 일본 방송의 가짜 뉴스에 맞서 7년간 법정 투쟁을 벌여 550만 엔의 배상 판결과 사죄문 게시를 받아냈고, 해당 방송은 이후 폐지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