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 판각 시연 소식이 2026년 10월 29일 전해졌다. 이날 오후 경남 합천군 법보종찰 해인사 탑마당에서는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다시 새기는 ‘대장경 판각 고불식’이 봉행됐다. 800여 년 전 고려 선조들이 몽골의 침략에 맞서 한 글자씩 새겼던 대장경을 21세기에 다시 새기는 대장정이 이날 첫발을 뗀 것이다. 앞서 해인사는 지난 15일 이번 팔만대장경 판각 고불식을 예고하며 50년에서 100년에 걸친 장기 불사의 시작을 알린 바 있다.
이번 팔만대장경 판각의 주제는 ‘다시 새기는 대장경, 인류를 향하다’다. 해인사는 이번 불사가 기존 팔만대장경 원본을 대체하거나 단순 복제하는 작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800년 전 호국의 원력을 기후위기와 전쟁,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가치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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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1천352장 한 본 더, 50~100년의 대장정
팔만대장경 판각의 규모는 압도적이다. 해인사가 새로 새길 경판은 원본과 같은 8만 1,352장이다. 불사 완료까지는 50년에서 100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장기 프로젝트다. 800년 전에는 16년 만에 완성됐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긴 호흡의 계획이 세워졌다.
고려시대에는 각수 1,700여 명이 대장경 판각에 참여해 16년 만에 완성했지만, 현재 활동 중인 각수는 15명 안팎에 불과하다. 해인사는 사람을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 2023년 전담 기구인 해인사 장경도감을 세우고 산하 판각학교에서 스님과 재가자 670여 명을 교육해 왔다. 판각 시연에 나선 각수들도 이 학교에서 전통 판각 기술을 전승받은 장인들이다.
재료 준비도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해인사는 경판 주재료인 산벚나무 300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나무를 다듬고 조각도를 잡아 한 글자씩 새기는 전통 팔만대장경 판각 방식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기술 전승과 기록 연구,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도 이번 불사의 한 축이다.
팔만대장경은 고려 고종 때인 1236년부터 1251년까지 16년에 걸쳐 완성된 세계 최대의 목판 경전이다. 현재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된 8만 1,352장의 경판은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번 팔만대장경 판각의 목표도 원본과 같은 장수다. 다만 원본의 대체가 아니라 별도의 한 본을 제작하는 것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고불식과 판각 시연 현장
29일 행사는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됐다. 낮 12시 30분에는 불사의 원만한 성취를 기원하는 만일기도가 봉행됐고, 오후 2시에는 해인사 탑마당에서 대장경 판각 고불식이 열렸다. 고불식은 대장정이 시작됐음을 부처님 전에 고하고 세상에 알리는 출발점이다. 이번 고불식은 50년에서 100년에 걸친 대장정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오후 3시부터는 법보전에서 전통 팔만대장경 판각 시연이 펼쳐졌다. 각수들이 조각도를 잡고 나무판에 한 글자씩 새기는 과정을 대중이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행사에는 해인총림 방장 학산대원 대종사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주지 혜일스님을 비롯해 박완수 경남지사, 신도 등 2천여 명이 참석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이날 “800년 전 대장경 판각에는 외침을 물리치고 국난을 극복하려는 호국불교와 국민 통합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다시 시작하는 팔만대장경 판각은 지구와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염원이 담겨 있는 만큼 경남도에서도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해인사 측은 고불식을 시작으로 판각기술 교육과 전승, 기록과 연구,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800년 전 호국 정신, 인류를 향하다
해인사는 이번 팔만대장경 판각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 800여 년 전 고려 선조들은 1236년부터 1251년까지 16년에 걸쳐 대장경을 새겼다. 몽골의 침략이라는 국난을 극복하려는 호국의 원력이 그 바탕이었다. 해인사는 그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와 전쟁, 핵 위협, AI의 급속한 발전 같은 21세기 복합 위기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새로운 원력이다. 혜일 주지스님은 “800년 전에는 나라를 위해 새겼다면, 오늘은 인류를 위해 새기겠다”고 말했다. 원본 대체나 단순 복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해인사는 앞으로 판각기술 교육과 전승, 기록과 연구,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국민 참여와 국제교류를 통해 팔만대장경을 ‘살아 있는 문명유산’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팔만대장경 판각이 단순한 과거 재현이 아니라 미래 세대로 향하는 문명의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경판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 수행의 정신을 다음 세대에 남기는 일입니다.” 혜일 주지스님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경판만 다시 새기는 것이 아니라 다음 천년을 살아갈 인간의 마음을 다시 새기고 있다”며 이번 팔만대장경 판각의 지향점을 밝혔다. 해인사에서 시작하지만 향하는 곳은 인류라는 것이다.
팔만대장경 판각은 해인사만의 행사가 아니다. 장경도감과 판각학교, 2천여 명의 참석자가 함께한 이날 고불식은 대장정의 출발점일 뿐이다. 해인사는 완성까지 이어질 기록과 연구를 통해 전통 판각 기술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겠다는 구상이다. 800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시작된 판각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자주 묻는 질문
팔만대장경 판각 시연은 어디에서 열렸나요
2026년 10월 29일 오후 경남 합천군 법보종찰 해인사 탑마당에서 대장경 판각 고불식이 봉행됐고, 이어 법보전에서 전통 판각 시연이 진행됐습니다.
팔만대장경을 다시 새기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해인사에 따르면 8만 1,352장을 한 본 더 새기는 이번 불사는 완료까지 50년에서 100년가량이 소요될 예정인 초대형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기존 팔만대장경 원본은 어떻게 되나요
해인사는 이번 팔만대장경 판각이 원본을 대체하거나 단순 복제하는 작업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800년 전 조성 정신과 원력을 현시대로 잇는 새로운 제작이라는 설명입니다.
일반인도 판각 과정에 참여할 수 있나요
해인사는 판각기술 교육과 전승, 국민 참여와 국제교류 등을 통해 팔만대장경을 살아 있는 문명유산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참여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해인사 측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